원래는 6개월마다 회고를 쓰려 해서 5월 말에 썼어야 했으나 상반기, 하반기로 하는 것이 깔끔할 것 같아서 상반기 회고를 적어본다. 입사한지는 만으로 2년 8개월쯤 되었다. 0년 차 개념이 조금씩 다들 다르긴 하지만 이 정도면 3년 차 개발자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봉협상
우리 회사는 매년 1월 연봉협상이 있다. 2번째 연봉협상에 앞서 1번째 연봉협상에는 하지 못했던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고 싶었다. 금액을 두고 적네 많네 협상하는 것이 아닌 나의 1년간의 성과에 대해서 한 번 더 들여다봐주시고 그에 맞는 인상률을 고민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나를 어필할 자료를 공들여 만들고 인쇄해서 협상 면담 일을 기다렸다.
보통 개발 대장님과 면담, 대표님과 면담을 통해서 연봉이 결정되는데 이번에는 개발 대장님하고만 면담을 했다. 준비했던 자료로 열심히 나를 어필했다. "매우 잘 해주고 있다. 회사가 많이 성장해서 연봉도 전체적으로 인상률이 높을 것이다. 앞으로도 하던 대로만 해주면 된다. 이렇게까지 면담 준비를 하다니 나도 배워야겠다."로 간단하게 면담은 끝이 났다.
이번 협상은 인원이 많아져 연봉 인상에 대해 인사팀의 일괄적인 공유 이후 대표님 면담 신청을 통해 협상이 진행된다고 들었다. 공유 당일 하필이면 서버 문제 생겨서 바로 확인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만족하는 표정으로 있길래 나도 슬며시 들어가 확인해 보았다. 보통 생각하는 최소 ~ 최대 인상률이 있는데 그 바운더리에 내 인상률은 없었다. 대표님 면담 신청은 필요하지 않았다. ㅎ
개발자 초봉 6000
상반기에 주요 이슈는 개발자라는 직업군의 급부상이 두드러지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정말 체감하는 게 [네카라쿠배당토]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개발자들 연봉을 일괄 1000만 원씩 인상했다는 기사가 나오지는 않나, 초봉이 6000으로 시작한다고 하질 않나, 개발자가 정말 대세가 되었다. 아버지는 너도 연봉 6000은 받지? 전화 통화로 물어보시기도 했고, 아내는 어떻게 이렇게 될 줄 알고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냐며 대견하다고 말했다.
3년 전 개발 공부하러 상경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신반의, 친구들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공기업, 대기업을 목표로 진득하게 취업 준비 2~3년을 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 공학 학생도 엄청 많아 이미 포화인 개발자 세계에 이제 와서 학원에서 개발 조금 배워서 취업해보겠다는 모습이 이상하게 비쳤던 것 같다. 그때는 국비 제외하고 괜찮은 개발 학원도 없었다. 요즘은 진짜 가격 면이나 실력 면이나 괜찮은 회사가 매우 많아서 선택지가 많아진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좀 더 자부심이 생겼다. 운이 정말 좋았다.
리뉴얼
상반기 내내 물고 있던, 하반기에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대적인 웹 서비스 개편 프로젝트인 일명 리뉴얼 프로젝트에 개발 리더를 맡았다. 2월부터 진행 중에 있는데 여태껏 맡았던 일 중에 가장 사이즈가 큰 프로젝트다. 아니, 아마 여태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2월에는 3명이서 작업을 시작하다가 지금은 8~10명이 투입하고 있다.
맨 처음에는 UX 개선을 위해 디자인 CSS 정도만 수정하고 부분적으로만 HTML 구조 및 동작을 개선하는 작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모든 HTML이 변경되고, 고질적으로 문제가 있던 부분들을 모두 개선하며, 속도까지 엄청 빠른 리뉴얼 작업으로 진화해갔다.
프런트를 처음부터 쌓아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작업량이 장난 아닐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이 났다. 흔히들 복잡하게 얽힌 코드를 스파게티 코드라고 하는데, 스파게티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고, 속도, 생산성, 컨벤션 등 기존에 시간이 없어 유지 보수에만 급급했던 이슈들은 원론적인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반에 틀을 잘 짜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정말 많이 했고, 시간적으로 하루에 12시간씩, 주 60시간 정도는 투자해서 리뉴얼을 리딩 했던 것 같다.
지금은 QA를 치면서 품질을 올려나가는 중인데, 생각보다 사이드이펙트도 많고 기존에 고려 않고 개발한 게 많아 끝이 안 보인다.ㅠ 혼자 하는 일이면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라도 배우면서 일정을 맞췄던 것 같은데 리딩을 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인원들이 많다 보니 피드백 주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려 굉장히 힘들었다. 전체적인 일정 딜레이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기에 또 힘들었다. 마무리만 된다면 정말 보람차고 성과 있는 프로젝트로 기억되겠지만 일단 지금은 힘겹게 끌어가고 있다. 하반기 후기 쓸 때는 분명 마무리되어 있겠지...
동료들의 이직
상반기에는 꽤 많은 분들이 이직을 했다. 이직이야 할 수는 있는 거지만은 가까웠던 사람들이 나가다 보니 뒤숭숭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입사한지 한 달 만에 사수가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며 이직을 했었을 땐 신입에 아무것도 모를 때라 개발 대장님만 믿고 열심히 다녔다. 중간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분이 좋은 오퍼가 와서 이직한다고 했을 때도 큰 감흥은 없었다. 근데 이번 상반기에 개발팀에서 6명이 퇴사를 했는데, 하나같이 뭔가 와닿았다.
첫 번째로 나의 부사수였던 에이스 팀원이 유망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워낙 개인 공부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을 만들어주는 친구였다. 무언가를 연구함에 있어 언제든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떠나서 정말 아쉬웠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두 번째로는 AWS 이전이라는 큰 프로젝트와 SVN=>GIT 넘어가는 게 큰 공을 세운 경력직 개발자분이 CTO로 좋은 조건 하에 이직했다. 아무래도 사업적인 발전과 기술적인 발전 중 사업적인 발전에 더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인데, 이 분이 들어오시고 좀 더 기술적인 발전이 많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개발 대장님 빼고는 대부분이 신입인 조직에서 중간 역할을 잘 해주시던 분인데 아쉽게 되었다.
세 번째로는 회사 초창기 멤버이자 또래 IOS 개발자인데,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것은 아니지만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은근히 터놓고 이야기하던 분이었는데 역시나 아쉬웠다. 현재 회사 인원이 60명 정도 되는데 그분이 7번째로 합류한 분이셨고 스톡옵션도 행사해서 주주이신데도 나가셔서 충격이었다. 이제 자신은 주주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셨다.
그리고 4,5,6번째는 모두 퍼블리셔 분들이다. 원래 한 분이었는데, 리뉴얼 때문에 작업이 많아지면서, 추가로 1분 더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뽑으면 좀 하다 나가시고, 뽑으면 좀 하다 나가시고, 원래 있던 퍼블리셔 분도 나가게 되었다. 원래 있던 퍼블리셔분이 엄청 친하게 지냈어서 떠난다고 해서 매우 슬펐다. 일만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뜬금없는 재미 요소를 주는 친구였는데.. ㅠ
동료의 이직을 하나하나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뭔가 그때마다 힘들어서였던 것도 같다. ㅋㅋㅋ 지금은 괜찮다!
마무리
리뉴얼 프로젝트와 동료들의 이직에 정신없는 상반기였다. 코로나는 잠잠해지나 싶더니 미친 듯이 더 심해진다. 회사는 곧 00억 투자를 앞두고 있고, 더 크고 인테리어 빵빵한 새로운 사무실 이사도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는 리뉴얼도 잘 마무리 짓고 새 사무실에서 더 즐겁게 개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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