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가 끝났다. 개발자가 되고 쓰는 13번째 회고를 시작해 보자!
(6월 말부터 쓰기 시작한 임시저장 회고록을 더 늦기 전에 마무리 짓고자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았다!!)
AI
2023년 작년 4월, 회사가 주최한 행사에서 GPT와 우리 서비스를 융합한 실험적인 기능들을 선보였다.
당시 R&D 시간 부족과 성능 이슈로 최종적으로는 '실험적'인 기능에 그쳐 대고객에 정식 출시하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 다른 과제들과 안정화에 집중하다 보니 2023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2023년 11월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OpenAI Dev Day 행사가 열렸다. 그때 선보인 GPT-4는 IT업계에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생각보다 발전속도가 빨랐고 점점 쓸만해지는데 가격은 보다 저렴해졌다.
2023년 11월 말부터 대표님은 AI가 우리의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인지하셨는지 내게 많은 인풋을 주셨다. 참고될만한 링크도 많이 공유해 주셨고 AI 관련 유명 교수님들의 세미나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본격적으로 AI를 서비스와 접목시키는 게 회사의 좋은 방향이라는 것은 인지했지만 내가 추진하기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는 AI 전문가도 아니었고 어중간하게 AI 기능을 선보여선 '역시 AI 전문가가 없어서 그래'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AI를 2024년에 큰 방향성으로 가져갈 것인가 주요 리더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AI 전문가를 모셔오자'는 의견까지도 나왔었다. 그러던 중 대표님의 여러 인풋 중 "AI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GPT라는 수단을 가지고 우리 서비스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AI"라는 의견과 유튜브에서 찾은 "자연어를 SQL로 뽑아낼 수 있다"는 영상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렇게 AI 프로젝트의 개발을 리딩하게 되었다. 말은 AI로 쓰지만 대부분 GPT 모델에 관련한 R&D를 진행했다. 유튜브영상, 블로그 글, 공식문서를 섭렵하며 매일 알게 된 지식을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그러던 중 3월 7일(목) AI 기능 런칭 행사가 잡혔다. 러프하게 보면 2달 정도 시간이 있는 것 같지만 내게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2월은 짧고 설날도 있으며 1월 2일부터 R&D를 시작했지만 기존에 하던 업무는 디폴트로 가져가야 했기에 올인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리소스상 함께 개발할 팀원도 1월 말이 돼서야 합류하게 되었다. 도중에는 기존 추진하려는 기능이 임팩트가 적겠다는 판단하에 급하게 몇 가지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추가 기능을 제안한 게 나였는데 나는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냈다ㅠ) 잘 해내고 싶어 쏟아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느껴졌다. 기존 TFT 팀원이 아님에도 지원해 준 팀원들의 도움과 대표님, 부대표님의 해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 전달 덕분에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 같다.
행사는 생각보다 더 거대했고 만든 것보다 더 멋지게 시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탈 없이 시연 자체가 될 수 있음에 매우 감사했다. 행사 다음날 바로 기능들이 실제 고객님들에게 런칭되었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마침표를 하나 찍었지만 여기서 끝낼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 실험적인 기능들을 사내에 선보였다. (대고객까지 추진되지는 못했다) R&D 한 것들을 많이 기능에 녹이지 못한 부분과 잘 쓰는 기능들을 더욱 잘 쓰게 디벨롭하는 과정을 지속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AI 발전속도가 미쳤기 때문에 지속해서 디벨롭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느껴진다.
DATA
개인적으로 데이터 추출이 재밌다.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가 있고 그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줘서 그렇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얻는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만 있는다고 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의미 있게 추출하고 고민하고 또 추출해봐야 한다.
입사하고 나서 지금까지 쭉 유저 분석, 기업 분석, 기능 사용량 분석 등 데이터 분석을 나름대로 했었고 그 내용을 잘 정리해 회사 팀원들에게 공유를 했다. 데이터 분석 엑셀 시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고 협업툴에 게시물로 게시하기도 하고 그랬다. 공유가 충분히 된 것 같기는 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진 못했던 것 같다. 계속 계속 데이터가 직관을 이기지 못했다.
1분기 AI 기능들을 출시하면서 이번에도 분석에 들어갔다. 추적할 데이터는 다양한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이 기능을 몇 프로가 썼을까?
(기능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인원수 / 서비스에 한 번이라도 접속한 인원수)
이 기준으로 모든 기능들의 수치를 뽑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업툴 내에 존재하는 모든 기능의 사용률을 측정해 보았다.
게시물, 업무, 일정, 할일, 구글맵, 해시태그, 북마크, 멘션, 리액션, 댓글, 포스트단축URL, 채팅, 시크릿메시지, 이모티콘, 채팅답장, OKR, 화상회의, 투표, 검색, OpenApi, 재피어연동, 루틴, 다시알림, AI프로젝트추천, AI포스트템플릿, AI하위업무추천, AI업무일지, AI업무필터, 인사이트위젯, 대시보드, 채팅멘션, 대댓글, 채팅리액션, 알림필터, 댓글분리
여기서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 인사이트를 고스란히 대표님, 부대표님, 프로덕트 조직에 공유했다. 예상보다 많이 사용하는 기능, 예상보다 적게 사용하는 기능들이 많아 우리가 우리의 프로덕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명확해졌다. 주간보고시에 기존에 하던 포맷에서 '데이터 공유' 장표를 만들어 '출시기능과 기존기능의 사용률 추이'를 주 단위로 공유하고 있다.
작은 영향이겠지만 2분기의 과제들이 더 많은 사용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VOC 개발 건들로 선정되었다. 최근에 오픈되어 2분기 개발건들의 사용률 추이도 트래킹 하고 있는데, 최근 1년간 출시한 기능들보다 훨씬 사용률이 높은 추이를 보여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리소스를 들여 0.01% 유저만 쓸 기능을 만드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닐 수 있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기능을 고민하고 디벨롭시키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보인다. 이번 상반기엔 그러한 초석을 다졌던 것 같다.
추진력
급성장하는 기업 안에서 고쳐나가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중에서도 현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최선일까 매번 고민했다. 그 고민들을 CEO, CTO, 다른 리더님들과 같이 이야기 나눠보면 그것이 곧 새로운 과제가 되었던 것 같다. 일 벌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상반기에 AI TFT, 첫 화면 개선 TFT, 이커머스 TFT를 추진 및 참여했다. 임팩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엔 애매하기 하지만 이전보다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하반기에는 더 추진력을 품어봐야지.
안정화
상반기에는 크리티컬항 DB CPU 이슈를 개선했다. 사용자와 기능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부하는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누군가는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도 안정적인 서버 부하 상태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및 개선 중에 있다. 쿼리 튜닝, full vacuum, 트랜잭션 개선, 세션캐싱, 인덱스힌트, 리드디비 등 새로운 접근 방향도 생겨 더 개선할 여지가 많은데 지속해서 R&D가 필요해 보인다!
체계화
체계를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느낀다. 왜냐면 혼자 해낼 수 없는 것이기에 그렇다. 모두가 문제인식을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 모두가 쉽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화되는 프로세스에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한 것도 중요하다. 나름의 체계를 만든다며 고군분투한 것들이 있는데 현시점에서는 완전 체계가 잡혔다 싶은 것들은 없는 것 같다. 항상 취지는 좋으나 진짜 체계로 거듭나는 건 정말 어려운 느낌. 그래도 계속 노력해서 더 생산적인 조직이 될 수 있게 고민해야지.
- QA 업무에서 ‘문의/대응’ 과 ‘오류/개선’ 과제분리 프로세스 🔺
- QA 업무에서 ‘연구가 필요한 과제’ 분리 프로세스 🔺
- 과제 선정 후 워킹데이 산정 프로세스 ❌
- 리소스차트 상단 “오픈 관리” 프로세스 추가 ❌
( 🔺 (세모)는 그래도 조금은 의미가 있었다. ❌ (엑스)는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사이드
1월에 "농구영상편집기"를 개발을 중단했다. 개발뿐만 아니라 영상편집에도 시간이 들어가다 보니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20경기 53명의 농구인 하이라이트 영상을 편집했다. 많은 이들이 더 쉽고 빠르게 편집할 수 있게 고민을 해보고 다시 재개해야 될 것 같다.
사이드를 중단하고 좀 가볍게 만들어보자 해서 "중위소득계산기", "인프런수익계산기", "환율계산기"와 같은 계산기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https://calcreator.cc
22년 6월부터 해서 2년간 3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되었고, 많은 공부도 되었다. 이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내게 큰 취미가 되어버렸다. 좀 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서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한번 무엇을 해볼까 고민 해보고 있다.
4인가족
아가는 훌쩍 커서 4살이 되었다. 그리고 곧 동생이 태어난다. 하반기에 동생이 태어나면 우리는 4인가족이 된다. 가장으로서 더욱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더욱 가정에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시간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허투루 쓰는 시간을 줄이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내야겠다.
둘째 아가는 얼마나 또 귀여울까. 두 아가가 도란도란 앉아있으면 얼마나 또 귀여울까. 네 가족이 한상에 앉아 밥을 같이 먹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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