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꼭 봐야겠다 생각했다. 개봉(2021-10-14)하였다는 소식에 상영관을 찾았지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컸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우연히 넷플릭스 추천영화를 검색하던 도중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 넷플릭스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영화를 시청했다.
법인카드를 활용하여 타다를 탈 기회에 몇 번 있었다. 프리미엄 택시인가보다 하고 탔는데 넓고 쾌적해 사용감은 좋았다. 왜 타다는 모두 카니발인가? 그리고 왜 어느 순간 타다는 사라졌는가? 에 대한 물음도 없이 그냥 그렇게 나의 경험 속에서 사라졌었다. 시간이 지나고 문득 기사 속에서 '타다금지법'이라는 키워드를 만나긴 했지만 많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택시 간의 다툼이 잦았기때문에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누구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 다큐를 보며 부끄러워졌다.
타다가 법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꾀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택시 라이센스가 존재하고 택시운수업은 고유한 영역이라 일반인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분야이다. 하지만 타다는 그러한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법을 잘 들여다보고 그 속에 조항들을 응용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재정의하여 보다 빠르게 품질 좋은 운수업 형태를 선보였다. 그 조항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 운전자 알선이 허용된다'라는 여객자동차법에 있었다. 택시 라이센스가 없어도, 렌트업으로 정의하여 11인승 이상의 승합자동차를 빌려주고 그 때 운전자를 알선해서 초단기로 렌트하면 충분히 택시와 같은 형태로 가능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신박했다. 그래서 카니발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5년전 창업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레시피 연계 식재료 배달 서비스 '자취요리연구소'를 런칭함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역시나 법의 문제였다. 식재료를 배달하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을 충족시켜야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위생시설을 마련해야했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흔히 지금 말하는 자취생들을 위한 '밀키트' 사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밀키트를 만든다는 것 자체도 식품 소분, 식품 관리, 식품 운반 등의 많은 것들을 갖춘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빠르게 시작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 당시에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자취생을 위한 '밀키트' 제작 및 배달이 아닌 배달이 가능한 중형마트와 계약하여 중형마트가 소분한 식품(감자1개, 양파 1개, 앞다리살100g)를 우리의 '종이레시피'와 '소스박스'를 함께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탈바꿈시켰다. 심지어 소스박스 자체도 시중에 소분된 소스들을 활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따지면 통신판매업자만 내면 충분히 사업이 가능한 형태였다. 그렇게 신박하게 접근해 서비스를 런칭했다.
타다는 신박했는데 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을까 찬찬히 영화를 보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 끝끝내 법정까지 가게 되고 심지어 1심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4일만에 타다를 겨냥하여 법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보는데 이게 영화가 아니라 다큐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서비스들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나아가고 있다. 허나 법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거나, 더한 경우 법이 도중에 바뀌어 나아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것 같다.
다행히 타다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는 비록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미래는 이 안타까운 모습들이 하나씩 쌓여 더 좋은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고 싶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어느정도의 포장은 있겠지만 다큐라 그런지 우리 회사가 오버랩되었다. 대표님의 생각, 회의의 공기,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들이 내 회사의 모든 것들과 겹쳐보였다. 저렇게 일하고 있기에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 다니시는 분이라면 꼭 시간내서 한 번 시청해보면 좋을 법한 좋은 다큐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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